트롤리
트롤리 줄거리
윤리학에 등장하는 ‘트롤리 딜레마’라는 문제가 있다.
“기차선로 위에서 일하고 있는 인부 다섯 명을 향해
브레이크가 고장 난 트롤리 전차가 달려오고 있다.
그리고 당신은 이 트롤리의 진행방향을 바꿀 수 있는
선로변환기 옆에 서 있다.
트롤리가 지금 이대로 직진한다면
이 인부 다섯 명은 죽는다.
하지만 당신이 트롤리의 진행방향을 옆 선로로 바꾼다면
이 다섯 명은 살지만
대신, 옆 선로에서 일하고 있는 인부 한 명이 죽게 된다.
당신은 트롤리의 진행방향을 바꿀 것인가?”
트롤리 등장인물
김현주
혜주의 남편. 재선 국회의원. 지역구는 서울 신양구(갑).
사법연수원 수료 후 자신이 나고 자란 동네에 작은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약자들을 변호하며 남몰래 기부와 봉사를 하던 중 혜주를 만났다. 하지만 조용한 삶을 원했던 혜주는 중도가 가진 정치에의 꿈에 큰 불안과 거부감을 보였다. 그래서 중도는 약속했다. 언젠가 내가 정치를 하게 되더라도 당신의 삶을 분리하고 보호하겠다고. 배우자가 대외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 정치인을 꿈꾸는 자신에게 얼마나 큰 약점일지는 알고 있었지만 중도는 그만큼 혜주를 사랑했다.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뜻 하나로 8년 전 대한당의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 처음 국회에 입성했고 그다음 총선에서는 자신이 나고 자란, 서울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 중 하나인 서울 신양구에 출마해 당선되었다. 비례 출신들에게 그렇게 어렵다는 지역구 선출직 재선이었다. 그리고 지금, 3선이 걸려있는 다음 총선을 반년 정도 앞두고 있다.
정치인이 되기 전에 그랬던 것처럼 여의도에서도 늘 약자들을 대변하려 한다. 그가 발의한 법안들은 종종 기득권층을 수호하는 국회의원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하지만 중도의 지난 시간은 지역구를 넘어 전국적으로 그의 이름을 서서히 알려갔다. 거기에 몇 번의 국감과 청문회를 통해 그는 꽤 성공한 젊은 정치인이 되었다.
국회의원으로 지낸 지난 7년 반 동안 중도는 혜주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평소 지역구 표밭 다지기는커녕 선거운동 때조차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혜주를 비난하는 화살들은 모두 자신이 맞았다. 사랑하는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도에겐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러던 어느 날,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혜주의 비밀이 세상에 드러난다.
하지만 중도는 당황하지 않는다.
판은 뒤집으면 된다. 그리고 나는 반드시 그렇게 해낼 것이다.
다만,
여보. 사랑하는 혜주야.
나를... 의심하지만 말아줘.
김무열
중도의 수석 보좌관. 중도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지만 반대로 중도를 가장 신뢰하는 사람도 (혜주를 제외한다면) 우재일 것이다.
방송국 사회부 기자 초년생 시절 변호사 남중도를 알게 되었고, 자신은 세상을 바꿀 수 없어도 이 사람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중도가 처음 비례대표로 당선되었을 때 방송국을 떠나 함께 여의도로 들어왔다. 지금은 수석 보좌관으로서 중도와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 하고 있다.
철두철미하고 상황판단이 빠르다. 중도가 가끔씩 ‘인간적’인 면모를 보일 때마다 그걸 잡아주는 것도 우재다. 하지만 그렇다고 까칠하거나 인간관계가 나쁜 것도 아니어서 모두와 두루두루 친하지만 동시에 아무와도 친하지 않다.
중도에게는 그의 정치 커리어를 전력으로 서포트해 줄 배우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건 성(性) 역할 이야기가 아니라 정치인의 배우자라는 특수한 상황의 이야기다. 그러니 혜주가 맘에 들 리가 없다. 평소에 지역구 표밭 관리는커녕 선거운동조차도 하지 않는 정치인의 배우자라니. 중도에게 다른 큰 불만은 없지만 이 점에 있어서 중도가 혜주를 설득하지 못한 것만큼은 불만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남중도를 선택한 건 최고의 선택이었고
앞으로도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내가 반드시 그렇게 만들 것이다.
내가 겨우 여의도 강바람 쐬자고 이 사람에게 내 인생을 걸었겠는가?
그러니 대답해 주십시오, 의원님.
의원님이 꿈꾸시는 세상과 사모님, 둘 중 하나만 가질 수 있다면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정수빈
어린 시절 부모가 이혼하며 그룹홈에서 살았다. 고교 중퇴 후 그룹홈을 나와 여러 친구들과 떠돌며 살다가 지훈을 만났다. 그런데 지훈이 그렇게 갑자기 죽어버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지훈의 사고 얼마 후, 수빈은 지훈의 집 초인종을 누른다.
저, 임신했어요.
크게 당황한 혜주의 얼굴을 보며 수빈은 생각했다.
남지훈, 너는 왜 그렇게 죽어버려서 이렇게 여러 사람을 슬프게 하니.
자신에게 잘해주는 혜주를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진다. 이 아줌마에게 말하지 못하는 비밀이 너무 많다. 하지만 김수빈. 좀 더 뻔뻔해져 봐. 일단 너부터 살고 봐야 하는 거 아니겠어?
그런데 뱃속의 이 애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지만 일단 오늘은 푹 자고 내일부터 생각하기로 한다.
사실은 지금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 많이 보고 싶다, 남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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